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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길들이기 - 심연희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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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03-17 19:24 조회7,87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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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인가 함정인가? – 2. 배우자 길들이기

심연희 사모(RTP 지구촌 교회,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

결혼을 하면서 신혼이라고 하는 달콤하지만 살벌한기간에 돌입함과 동시에 많이 듣는 조언이 있다.  ‘초반에 기선을 잘 잡아야 한다는선배들의 충고이다처음부터 배우자의 길을 잘 들여놔야 평생이 편하다는 것이다. 기선 제압이 목표가 된 결혼의 시작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터로 변하기 십상이다. 이미 결혼을 준비하면서 혼수문제, 집안끼리의 묘한 신경전에서 시작된 접전은, 아이를 낳고 누가 밤에 일어나 기저귀를 가느냐, 누가 설거지를 하느냐 다투면서 새로운 단계의 전쟁으로 접어든다아이들이 커가고 손이 좀 덜 가면서 몸이 편해질 만 하면, 우리의 새로운 싸움은 배우자에서 자녀들로 옮겨간다. 아이들이 십대로 접어들면서 부모의 권위, 가정의 규칙에 저항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 온 부모에게, 엄마, 아빠가 틀렸다고, 자기는 그렇게 안 산다고 도전하는 것이다. 무사히 십대를 넘겼다고 자부하는 부모들은 자녀들의 결혼문제를 놓고 골치를 썩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고 보면 가정은 우리를 제일 아프게 하면서 동시에 우리를 가장 강하고 성숙하게 하는 훈련의 장이 된다.      

상담을 찾는 많은 분들이 상담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통적이 목표가 있다내가 마음이 편해지고 싶은 것이 일차적인 목표이고, 이 목표를 이루려면 우리 가족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내가 행복해 지려면, 우리 남편이 술부터 끊어야 한다.  내가 불면증이 없어지려면 내 자식이 정신차리고 공부해야 한다내가 자신감을 되찾으려면 우리 아내부터 나를 옆집 아저씨와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포르노 중독이나 게임 중독인 남편이 내 우울증의 원인일 수 있다. 너무 신경질적이고 끊임없는 잔소리와 비난이 일상인 아내 때문에 집에 들어가기 싫을 수도 있다. 속 썩이는 자식 때문에 더 이상 아무 의욕도, 삶의 의미도 없어졌을 수 있다. 아내는 남편의 행동과 언어가 너무나 폭력적이라고 울고 못살겠다고 하소연한다. 남편은 아내가 자신을 끊임없이 긁어대고 참을 수 없을 때까지 몰아부친다고 힘들어하면서 자신은 그냥 조용히 놔두기만 하면 아무 문제도 없을 사람이라고 한다. 상담소에 와서 자신의 가족을 바꾸어 놓을 방법을 찾든지, 아니면 이혼을 할 수 밖에 없는 정당성을 확인받고 싶어한다.

그런데 우리 모두를 정말로 절망하게 하는 한가지가 있다내가 그토록 오랜 세월 노력했는데, 내 배우자나 내 자식들이 바뀌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때로 우리는 관계 속에서 필요이상의 책임을 지려고 한다.  내 남편이 능력이 없으니까 내가 바꿔놔야 한다.  내 아내가 게으르니까 내가 고쳐놔야 하는 것이다. 내 자식이 똑똑하지 못하니까 내가 채근하고 닥달을 해서 사람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그러나 상대방을 바꾸는 것만큼 진이 빠지는 일도 없다아무리 해도 되는 일이 아니라서 그렇다.  그러다 보면 무기력해지고, 그것이 발전이 되면 우울증이나 불안증이 된다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깜박깜박 잊어버리는 사실이 있다내가 책임지고 고쳐야 될 사람은 나 자신으로 족하다는 것이다. 그 목표 하나만 이루는 데에도 평생이 걸릴 수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나 자신을 잘 추스리고 나 자신을 변화하는 데로 스스로의 에너지를 돌리면, 가정에는 변화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나 한 사람의 변화는 가족 전체의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옆에서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면, 하려고 마음먹었다가도 하기 싫어지는 게 보통 사람의 마음이다잔소리를 하던 아내가 자신을 잘 돌보는 일에 시선을 돌리고 자연스럽게 잔소리가 줄면, 이에 따른 불필요한 저항도 줄게 된다아내가 편안해 보이고 행복해 보이면, 남편도 집에 있는 게 편안하고 행복해진다.  남편이 통크게 져주기 시작하면 아내도 바득바득 달려들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부모가 일일이 챙겨주고 이래라 저래라 채근하지 않으면, 자녀들은 자기가 스스로를 챙겨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독립심이 길러지는 것이다남편이 처가에 먼저 전화를 하면, 어느새 아내가 시댁을 챙기지 않을 수가 없어지는 것이다.

나 자신을 먼저 변화시키는 일은, 언뜻 보면 내 가족의 문제에 대해 다 포기하라는 말처럼 들릴 수 있다나 먼저 변화해야 가정이 변한다는 말은 내 억울한 사정을 너무 모르는 치기 어린 조언이라고 생각될 수 있다그러나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만큼 신나는 일도 없다왜냐면, 이것만큼은 실현이 가능한 목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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