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의 기술 - 심연희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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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03-17 19:23 조회7,30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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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 기술: 1 Making it Clear
심연희 사모
(RTP 지구촌 교회, Life Plus Family Center,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연합하여 한 몸을 이룰찌로다(창 2:24)”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주제로 ‘연합’에 관한 첫 번째 논점은 ‘차이’를 인정하는 데 있었다. 그런데 서로간의 차이들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데에만 그친다면 단순한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 아내와 남편간의 차이, 부모와 자녀의 차이, 그리고 일반적인 인간 관계에서의 차이는 수용(acceptance)과 변화(change)가 조화를 이룰 때 더욱 건강해질 수 있다. 차이가 있으면 그 다음에는 적응과 조정의 단계가 이어져야 한다. 차이가 있음으로 해서 갈등이 생기고 갈등이 싸움으로 번진다. 서로간의 차이가 어느 관계에서나 있는 당연한 현상이라면 갈등과 싸움도 당연한 관계의 한 부분이다. 갈등이 많고 싸움을 많이 한다고 해서 건강하지 않은 관계는 아니다. 단 건강한 관계의 지표는 어떻게 갈등을 풀어가고 해결하는가에 달려있다. 그래서 싸움에도 기술이 있어야 한다.
싸움의 기술 중에 한 가지는 구체적이고 분명한 의사전달(Making it clear)에 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머리 속에서 이어지는 사고의 과정을 상대방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잘 잊어버린다. 다시 말해서 내가 머리 속으로 두 세 단계를 거쳐서 생각한 바를 말하면, 듣는 사람은 내가 왜 그런 소리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는 상대방이 이해를 못하니까 짜증나고, 상대방은 갑자기 날아드는 공격에 황당해지는 경우이다.
남편: (어린 아이를 데리고 아내가 하루 종일 힘들었겠다고 생각한다. 저녁은 외식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집에 들어서며 묻는다.) “오늘 저녁은 뭐야?”
아내: (아이를 데리고 온종일 씨름하다가 남편을 위해 저녁 준비를 하려는데, 남편이 들어오자 마자 저녁메뉴를 물으니까 화가 난다.) “집에 오자마자 밥타령이야! 여기가 무슨 식당인줄 알아?”
남편: (갑작스러운 공격에 황당하고 화가 난다.) “누가 식당이래? 묻지도 못해? 사람이 왜 그렇게 부정적이야?”
아내: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아이를 데리고 하루 종일 얼마나 힘들고 답답했는지 이해를 못해주는 남편이 원망스럽다.) “당신이 집에서 하는 게 뭐가 있는데? 뭘 하나 도와주기를 해? 손가락 하나 까딱을 안하면서… 애는 나 혼자 낳았냐!”
남편: (아버지와 남편으로서의 능력을 무시하는 듯한 말투에 상처받는다.) “지난 주에 청소기 돌렸잖아! 뭘 해줘도 소용이 없다니까. 말을 말자. 말이 통해야 말을 하지…”
아내: (남편이 자신을 밀어내고 보기 싫은 듯한 태도에 상처받는다.) “무슨 대화를 얼마나 했다고 말이 안 통한대? 당신이 나한테 관심이나 있어?”
남편: (아무리 잘해줘도 만족을 못하는 듯한 아내의 태도에 무기력감을 느낀다.) “관두자. 외식을 하자고 한 내 잘못이다.”
아내: (갑자기 황당해진다.) “무슨 소리야! 언제 외식하자고 했어?”
남편: “했잖아, 아까!”
위에서의 대화는 일상에서 어느 부부나 겪는 크고 작은 말싸움이다. 상대방이 나를 오해하고 나의 선한 의도를 왜곡해서 보는 것처럼 속상한 일도 없다. 내 말을 못 알아 듣고 자기식대로 해석하는 것만큼 답답한 일도 없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에서는 어느 정도 내 책임도 있다. 상대에게 제대로 설명하거나 이해시키지 못한 것은 나의 책임이다. 나의 느낌이 어떤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이야기 하기 보다는, 상대방을 비난하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 내 잘못이 대화의 장애를 가져오는 데 반만큼의 역할을 한다.
때로는 지난 주에 다루었던 남녀의 차이가 대화의 장애에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성교제에 대한 강의나 아버지 학교 등의 강의를 할 때 남성들이 제기하는 문제가 있다. 여자들의 속을 모르겠다는 것이다. 분명히 친구들하고 잠깐 운동하고 와도 되겠냐고 여자친구에게 물었는데, 분명히 그러라고 하더니 그 다음부터 며칠간 말을 안한다는 것이다. 아내가 모임에 안 가겠다고 해서 혼자 갔더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따지는 것이다. 선물을 필요 없다고 사지 말라고 해서 빈손으로 왔더니 헤어지자고 한다. 남성에게 있어서는 참 황당하고 헷갈리는 노릇이다.
여성의 입장에서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을 줄 아는 센스가 없는 남자들이 답답하다. 이것은 아이를 대하는 엄마도 마찬가지로 겪는 현상이다. 얼마 전에 한 엄마가 7살짜리 아들이 얼마나 답답한지 투덜거리는 이야기를 들었다. 옷을 갈아입으라고 주면 셔츠만 입고 딴 짓하고 있단다. 옷 빨리 갈아입으라고 채근을 하면 그 다음에는 바지를 입고 또 멍하니 있는다. 옷 갈아입으랬는데 왜 말을 안듣냐고 기어이 소리를 지르면 그 때야 양말을 신는 아들 때문에 숨 넘어 가겠단다. 어떤 때는 ‘옷 갈아 입어’라는 두리뭉실한 말보다, ‘셔츠 갈아입고, 바지 입고, 양말 신어’라는 구체적인 지시가 아이한테는 이해하기 쉬울 수도 있다. 딸과 아들을 키우는 필자의 경우도 이런 차이를 경험하곤 한다. ‘청소해’ 하면 엄마가 하던 것을 보던 딸은 어떻게 방을 치워야 하는지 안다. 그런데 아들에게는 ‘청소해’라는 소리가 너무 광범위한 이야기일 수 있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더 어지르기만 한다. 차라리 ‘이 양말, 저기 빨래통에 가져다 넣어’라고 이야기하면 훨씬 효과적이다. 대화의 첫 번째 원리, 즉 분명한고 구체적인 의사소통(Making it clear)이다.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에서 필자는 진심을 다해 조언한다. 남편이나 남자친구나 내가 원하고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절대 착각하지 말자. 유달리 세심한 성격의 남자들도 있다. 하지만 많은 남자들이 생일이나 기념일을 미리 말해주지 않으면 놓치기 마련이다. 내가 초코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지 딸기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지 10년이 지나도 헷갈려할 수 있다.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관심이 없어서도 아니다. 그냥 정보를 저장하고 꺼내 쓰는 통로가 다를 뿐이다. 그냥 미리 기념일을 귀뜸하고 내가 원하는 선물을 이야기해주는 것이, 말 안하면서 기대하고 나중에 삐지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상대방에게 분명하게 말해주지 않으면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느낌인지 모른다. 모르고 이해못하는 상대 책임도 있지만, 말을 분명하게 안한 내 책임도 있다.
관계에서의 갈등이나 싸움의 목적은 상대를 이기는 데에 있지 않다. 이해하는 데에 있다. 조금씩 더 가까워지는 데에 있다. 그래서 많이 싸워야 하고, 잘 싸워야 한다. 싸우면서 서로를 상처내는 전쟁이 아니라, 서로에게 조금씩 다가서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상대방이 내 마음을 몰라주고 내게 관심이 없다는 비난은 서로를 멀리 밀어낸다. 내 속이 들여다 보이는 것 같아 창피하고 자존심 상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과 느끼는 것을 정직하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다가서는 제일 좋은 방법이다. 마음에 없는 소리는 이제 그만하자. 얻어지는 것은 후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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